"행복해지고 싶으세요? 그럼 TV를 버리세요"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그럼 TV를 버리세요" |
'TV 없는 가정'서 3년째 사는 상림이네 이야기![]() [조선일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기자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대상은 ‘TV 수상기’이다. TV로 인해 아이들에게 최소 하루에 한 번씩은 큰소리를 치고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옥신각신 갈등한다. 아이들은 숙제를 하다가도 거실에서 TV의 웅성거림이 들리면 고양이 발걸음으로 소리없이 거실로 나온다. 아이들과의 씨름에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지난해부터 ‘거실에 있는 TV를 그대로 놓아둘 것인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여러 차례 아이들에게 “너희들 할일 안하고 TV만 보면 TV를 없앨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얼마 전 ‘독수리기독중학교’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TV 없는 집에 사는 상림이가 불쌍하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려져 있는 것을 알았다. 그 글을 올린 필자는 비슷한 고민을 해온 오세훈(44·서울 IBC주식회사 부사장)씨. 그는 지난 5월 24일 올린 글에서 “TV는 너희들에게 유익함보다는 해로움을 더 많이 준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 TV 프로그램들은 결코 너희들보다 스마트한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은 TV가 보여주는 것 이상의 멋진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상 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지 않는다. TV는 특히 너희들같이 존귀한 아이들을 마치 서커스단의 코끼리나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재(盆栽)처럼 창의성과 영적 성장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사람들은 TV가 만든 바보가 된다.…’ ![]() 편식은 걱정하면서 문화 편식은 방치? 2002년 2월 말 오세훈씨는 일산의 재활용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 성저마을 12단지 ○○○호인데 지금 빨리 와서 TV를 가져가세요.” 미국 연수 중 산 29인치 국산 텔레비전이었다. 전화를 끊었을 때만 해도 오씨의 자녀 세 명(당시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유치원)은 긴가민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뒤 재활용센터 직원이 와서 텔레비전에 연결된 코드를 뽑는 것을 보고서야 사태를 실감했다. 오씨의 부인은 방송작가이다. 오씨는 사전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내는 내가 TV를 없앨 거라는 감을 잡고 있었다. 자신의 생업과 관련된 매체를 없앤다는 것을 지나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오랜 친구인 TV가 떠나는 것에 대해 몹시 섭섭해 했지만 그렇다고 울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거실이나 안방 구조는 TV를 중심으로 배치된다. 거실의 소파들은 TV를 보기에 가장 편한 각도로 놓여지고 안방에서도 TV는 역시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대도시든 농촌이든 ‘TV를 떠받드는’ 이런 태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아이들이 문명 현상을 편식(偏食)하는 것을 보면서 부모들은 대부분 그대로 방치한다. 제 자식들은 그렇게 소중히 여기면서 ‘독약’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이 말썽피우는 아이들을 TV 앞에 앉혀놓고 딴짓하듯 권력의 입장에서는 예나제나 TV는 우중(愚衆) 정치의 최고 도구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하듯 권력은 국민을 TV 앞에 앉도록 한다. 나라의 수준을 저급하게 만드는 첫번째 요인이 TV라고 생각한다.” 오세훈씨가 분노하는 것은 또 있다. “TV에서 오물 같은 언어들을 배기가스처럼 배출하는 일부 연예인들이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명사(名士)처럼 대접받는 현실이 말이 되느냐?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연예인이 가장 되고 싶어 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연예인으로 만들려고 학원에 보낸다.” 오세훈씨는 ‘TV 없는 가정’이 된 이후 아이들의 적응과 변화와 관련, 이렇게 말한다. “학교 선생님이 집에 TV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아이들에게 ‘너희 부모님은 대단하신 분들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이 TV 없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아이들은 지적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엄마와 아빠가 한 행동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학교 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연예인 이야기로 깔깔거리는 재미는 없어졌다. 여기서 오는 소외감이나 상실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이들은 내게 종종 ‘돈 많이 벌어 큰 집으로 이사가면 TV를 살 거냐?’고 묻곤 한다. TV가 없는, 전혀 다른 환경이 된 이후 아이들은 확실히 책과 만화를 더 많이 보고 찰흙 놀이 같은 만들기 놀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떤 가정에서는 거실 정중앙 벽에 버티고 있는 초대형 TV도 모자라 방마다 텔레비전이 한 대씩 있다. 사람 수만큼 TV를 한 대씩 껴안고 사는 셈이다. 오세훈씨 가족은 지난 2월 일산에서 용인 수지로 이사를 갔다. 거실 복판에 책상… 놀이공간 만들어 TV 없는 상림이네 집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오세훈ㆍ노순씨의 맏딸 오상림은 분당에 있는 대안학교 독수리기독중학교 1학년, 장남 오현석은 손곡초교 5학년, 막내아들 오율평은 손곡초교 3학년에 다니고 있다. 용인시 수지 서니밸리아파트 105동 상림이네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 거실이 여느 집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거실에 TV를 둔 가정에는 으레 소파나 안락의자가 맞은 편 벽면에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상림이네는 소파가 없었다. 대신 거실 정중앙에 커다란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 옆에는 사무용 의자가 다섯 개가 있었다. TV가 없어진 거실 공간은 세 아이들의 놀이공간 겸 작업실로 변해 있었다. 찰흙으로 만든 작품들이 한쪽에 수북했고 그 옆에는 종이상자를 찢어서 만든 장난감 찻길이 있었다. 거실 정중앙에 책상이 놓여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공작을 할 수도 있다. 노순씨는 TV를 없애자 세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변화가 순차적으로 일어났다고 한다. “처음엔 컴퓨터에 더 빠졌다. 상림이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대화할 수가 없으니까 드라마를 컴퓨터로 다운받아 보기 시작했다. 현석이는 매일 한 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에 몰두했다.” 노순씨에 따르면 큰딸의 불만이 가장 컸다고 한다. 오상림양은 “TV를 없앴을 때 아빠가 솔직히 미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상림양은 “친구들과 말이 안통해서 그냥 걔네들과 어울리지 않게 됐다”면서 “아빠에게 계속 TV를 다시 사달라고 졸랐다”고 말했다. 상림이네 가족은 2002년 월드컵 때도 TV가 없어 아파트 1층에서 동주민들과 함께 붉은 악마가 되어 한국팀을 응원했다. “언제부터 집에 TV가 없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상림양은 이렇게 대답했다. “일산 성저초등학교 6학년 다닐 때 일기를 썼는데 서순영 선생님이 일기 밑에 답글을 붙여줬어요. ‘너희 아빠와 엄마 참 대단하다’라는 얘기를 하셨어요. 그때부터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세 아이에게 공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TV가 없으니 제일 좋은 게 뭐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많이 남아요.”(현석) “공부가 잘돼요.”(율평) “그냥 좋아요. 책을 많이 읽게 돼요.”(상림) 사진 기자가 촬영을 위해 자세를 주문하자 막내 율평이가 서랍장에서 뭔가를 뒤적이더니 상장을 하나 꺼내왔다. 그리고 자랑하듯 들어보였다. 지난 7월 5일에 학교에서 받은 ‘독서왕’ 상장이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별명이 ‘오 박사’라고 거든다. 책을 많이 읽어 골든벨 같은 고등학생 대상 퀴즈프로 문제도 제법 맞힌다고 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율평이는 전과와 교과서만 보고 혼자 공부해서 얼마 전 학교 시험에서 네 과목 전부 100점을 받아왔다. TV가 있는 집에서는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면 대개 텔레비전부터 켠다. TV를 보느라 학교갈 준비도 안하고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아이들에게 다시 물었다. - 아침에 일어나면 뭐하니? “처음엔 심심해서 컴퓨터를 하다가 지금은 만화책을 봐요.”(현석) 노순씨는 TV가 없어지고 얼마가 흐르자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많이 생기자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들끼리 스스로 놀거리를 개발하게 되었다.책을 잡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심심하니까 스스로 놀거리를 기획하고 만들어냈다. 현석이는 그 해 여름방학 때 사절지 스케치북 한 권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엎드려서 만화를 그렸다. 그래서 숙제상을 받기도 했다. TV는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었지만 TV가 없어지니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음악 틀어주고 자연스럽게 정서교육 새로 이사온 집에는 부엌에 손바닥만한 TV가 붙어있다. 건설회사 측에서 주부들이 부엌일을 하면서 보라는 뜻에서 부착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TV에 예전처럼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노순씨는 말한다. 노순씨는 의외의 수확도 있다고 했다. TV를 그만큼 적게 보니 광고에 접하는 것도 정비례로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TV 광고에 영향을 받아 뭘 사달라는 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노순씨는 아이들이 놀 때 의도적으로 좋은 음악을 틀어준다.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도록 복음성가나 모차르트 음악 같은 것을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들려준다. 그리고 모차르트에 관한 정보를 아이들의 눈에 띄는 곳에 메모해서 붙여놓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놀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좋은 음악의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TV를 통해 가요와 시끄러운 댄스 음악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잔잔한 음악을 접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음악을 찾아 듣는 습관이 몸에 뱄다.” 상림ㆍ현석ㆍ율평 세 남매는 ‘TV 없는 집’에서 3년째 살면서 이제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세 남매의 성장을 지켜보는 오세훈ㆍ노순씨 부부는 위에서 말한대로 놀라운 변화를 실감하며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다. 오세훈씨는 “현대 사회에서 TV는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믿을 수 없는, 무자격 보모(補母)나 마찬가지”라면서 “TV 안보기 운동을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켜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궁극적으로 사회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작가인 노순씨는 ‘교과서이자 참고서’인 TV 드라마들을 아이들이 잠든 후 혼자서 인터넷을 통해 유료로 시청한다. 국내에도 이런 운동이 싹트고 있다. 숙명여대 서영숙 교수는 11년째 ‘TV 안보기 운동’을 펼쳐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서 교수에 따르면 ‘TV 안보기 운동’에 참가한 현직 PD는 TV 때문에 아이를 망친다며 집안의 텔레비전을 아파트 밖으로 내던지기도 했다. 한국청소년연맹 산하에는 ‘좋은 미디어 만들기’가 활동 중이다. 2001년도에 ‘좋은 TV 만들기 학부모시청자위원회’로 시작해 2002년도에 ‘좋은 TV 만들기’로 바뀌었다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좋은 미디어 만들기’ 담당자 하창미씨는 “청소년들이 생각없이 TV 앞에 앉아있는 것을 막자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라고 말한다. 하창미씨는 “현실적으로 TV를 없애기가 어려우니 청소년들이 절제해서 보고,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몹시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평범한 직장인 중에도 이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회사원 이모씨는 “TV를 없애면 좋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작은 화면의 TV를 사면 그만큼 집중을 덜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이씨의 10살짜리 딸은 이씨가 퇴근하면 TV를 보다가도 곧장 아빠에게 달려온다는 것이다. 이씨는 “TV를 바꿔야 할 때도 14인치를 넘지 않는 것으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천재작가 이상(李箱)은 그의 산문집에서 일찌기 “유희(遊戱)하지 않는 아이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다”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TV는 아이들에게서 타고난 유희 본능을 앗아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아이를 진정 사랑한다면 ‘TV 안보기 운동’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TV 안보기 운동’ 펼치는 숙명여대 서영숙 교수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서영숙 교수는 11년째 ‘TV 안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숙명유아원 원장 시절인 1994년 ‘TV 안보기 주간(週間)’을 처음 시작한 서 교수는 이를 ‘TV 안보기 운동’으로 확대해 현재 유아원, 학교, 교회 등을 대상으로 이 운동을 전도하고 있다. 1994년에 어떻게 TV 안보기 운동을 할 생각을 했나. “마리 윈(Marie Winn)이라는 사람이 쓴 ‘TV를 꺼라(Turn off TV)’를 번역해 출간한 게 계기가 됐다. 마리 윈은 도서관 사서였는데, 책 내용이 너무 재미있고 실천적이었다. 하루 안보기, 일주일 안보기, 한 달 안보기 등으로 나눠 TV 안보기를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매뉴얼 같은 책이었다. 심지어는 ‘TV 안보기 운동’ 동참 스폰서 구하기 편지 문안까지 첨부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4월 ‘TV 끄기 주간(TV -turn off week)’이 있는데, 활동은 어떤가. “그동안 미국에서는 교회, 학교 등 지역별 단체별 단위조직으로 TV 안보기 운동을 펴왔다. 그러다 미국 전지역에서 일제히 하는 시민운동으로 발전한 것은 5년 전부터다. 올해 5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1만9000개 단체에서 760만명이 참가했다.” 생각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의 TV 중독 현상에 걱정을 다 할 것이다. TV를 없애지 않은 상태에서 ‘TV 안보기 운동’이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처음엔 40가구로 시작해 10년간 매년 평균 60여가구가 참여했다. 적어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실시할 때 할아버지ㆍ할머니가 있는 가정을 제외한 80% 이상이 동참했다. 최소 2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고 TV 안보는 대신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주고 더 재미있는 놀이를 개발해야 한다.” TV를 없애는 게 더 낫지 않나. “실제로 그렇게 한 가정도 많지만 대개는 남자들이 다시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TV를 사는 경우가 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많은 부모들이 TV로 인한 학력저하 현상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케이블 TV와 위성 방송으로 인해 상황은 갈수록 끔찍해지고 있다. 우리 모임의 현직 PD도 결국 고심하다 텔레비전을 아파트 창밖으로 버린 경우도 있다. TV를 끄면 집안이 확 달라진다. 아파트 베란다가 깨끗해지고 화초가 더욱 향기롭게 느껴진다. 남성은 밀린 집안 일을 도와주게 되고 여성은 잊었던 뜨개질을 하게 된다. TV를 끄면 늘 바쁘다고 주장하는 남성이 갑자기 시간이 많아짐을 느껴 베란다를 청소하고 화초에 물도 주게 된다. 집안 식구들의 마음이 편해지고 대화가 많아져 부부간의 애정도 더욱 생겨난다. 아이들 숙제도 도와주며 못느꼈던 부모 자식간의 정이 돋아난다. 아이가 TV만 보면서 자랄 경우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게 되며 특히 TV는 세대간 갈등과 왕따 문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TV는 부모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하고 TV가 없으면 자녀는 부모에게서 재미를 찾게 된다. 얼마 전 우연히 교회 외벽에 ‘TV 안보기 주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조금씩 이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아이들의 TV 시청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 세 살 때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하고 또 영어를 따라하는 것을 보고 TV가 좋은 선생인 줄 착각한다. 아이들이 TV로 인해 똑똑해지는 줄 안다. 아침 시간엔 절대 TV를 틀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서 교수댁에는 TV가 있나. “물론 TV가 있다. 나는 일년 내내 TV를 안보자는 게 아니라 TV가 일상 생활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기자에게 “왜 TV 안보기 운동에 관심을 가졌냐”고 물었다. 기자가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니 서 교수는 “그렇다면 그건 전적으로 부모가 나쁜 TV시청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 ‘TV 안보기 운동’ 실천을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TV를 꺼야 할 이유를 꼭 만든다. ▲TV 화면에 검정색 테이프를 붙여 이별식을 한다. 장송곡을 트는 미니행사를 하면 더욱 좋다. ▲‘TV 안보기 주간’ 포스터를 만들어 집안 식구들이 손도장을 찍는다. ▲ TV를 안보는 동안 할일을 의논한다.(청소, 운동, 편지쓰기, 씨앗심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칭찬을 해준다. ▲마지막날 식구끼리 근사한 저녁식사를 갖는다.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 maple@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