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386세대며, 공대 출신이다. 오늘도 논문을 한편 읽었다. 이렇게 때때로 논문을 읽거나 요즘 새로 나온 전공 서적을 읽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불안감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얼마전 친구로부터 동창들의 소식을 들었다. 모두 한자리들 하고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벌써 부터 인생에 있어서 수확의 계절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다. 난 아직도 현재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안되는데,,, 걔네들이랑 좀 다른 것 같다.
그래도 공대 출신들은 이런 "불경기에서도 불러주는 곳이 항상 있지 않은가?" 이렇게 되새기며 어깨에 힘을 넣어 보지만 어딘가 허전하기만 하다.어찌 생각해 보면 요즘의 이공대 기피 현상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도움 될만한 친구가 있으면 은근히 자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아래 예문중 친구 자랑으로 쓰일 것 같지 "않은" 문장을 골라 보라.
1. 친구중 XX일보에 아는 기자가 있다.
2. 친구가 변호사다.
3. 친구가 XX에 펀드매니저야.
4. 친구가 XX병원에 의사다.
5. 친구가 XX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정답은 누구든지 다 알것이다.
아마 5번의 문구는 우리 앞집에 수퍼마켓하는 친구 얘기와 다를 바가 없으며 아마도 XX병원 원무과에 있는 친구가 더 "영양가" 있겠다. 친구를 영양가로 사귀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더욱 그런 "과"의 사람이리라. 난 단지 내 자신이 가족과 친구와 그리고 내 자신에게 "영양가" 있길 바랄 뿐이다. 언론계에 있거나, 의료계에 있거나 또는 법조계 어디에 있어도 모두 조심 스레 ~님 이란 직함을 넣어준다. 또한 그들은 한 끗발 할 것도 많다. 우리가 힘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언론을 그리고 그 언론의 기자를 가벼이 보지 않는다. 법조계에 변호사, 판사가 아니더라도 그 사무실에 일하는 친구만 있어도 법을 쏠쏠히 이용할 줄도 안다. 의료계에 친구나 친척이 있으면 급할 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얘기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연구소에서 일하는 친구는 어떤 "끗발"이 있나 ? 친구들 컴퓨터 조립은 확실히 해줄 수 있겠다.
공대 친구들은 이번 하반기에도 의무적으로 써내야 하는 특허때문에 오늘도 머리를 쥐어짜고 있고, 승진을 위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지체된 개발 일정-개발 계획부터 말도 안되게 짧게 잡힌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번 주말도 반납했다. 대학 때 배운 책들은 이미 옛날 얘기 책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여전히 대학원 다닐 때 친해둔 복사집 아저씨를 통해 얼마전 새로 나온 비싼 전공 서적을 저렴하게 불법 복사하곤 흐믓해 한다.
입시 시험 발표가 난후에 담임께선 "서울대를 가라고 하진 않겠다. 하지만 꼭 의대를 가거라. 왜 공대를 가려느냐 ?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다시 한번 더 생각해라" 하시면서 원서 마감 몇시간 전까지 원서를 써주지 않으신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스므살 시절에 내가 하고픈 것을,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고, 내 의지를 몰라준 당시 담임 선생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늘도 신문에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다루었다. 이런 기사를 보면 냉소적이 된다. 공급이 많아지거나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당연한 논리고, 비단 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 관계가 있는 모든 사회 현상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다. 냉철하게 보자.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이공계 출신이 하는 일이 그만큼 가치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본질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정말로 가치가 있다면 왜 대우가 다른 직종보다 낫지 않을까 ?
직시하자. 국가적으로 우리의 식량 자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은 부모와 형제에게 농사를 지으라고 하겠는가 ? 앞으로도 언론을 통해 이공계 기피 문제의 중요성을 계속 부각시킬 것이다. 내 가족은 안되지만 누군가 농사를 지어야 하고 , 내가족은 의사와 변호사를 시키겠지만
누군가는 공대를 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므살의 젊은이 들이여. 지금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가 ?
자신이 하고픈 것, 잘 할 수 있는것을 하여라. 그것이 공대라면 다른 분야의 다른 사람들이
어찌 살건간에 신경끊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살 자신이 있는지 자문해 보아라. 즉, 자신이 제멋에 살 수도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 보란 뜻이다.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어 조금 비싼 몸값의 연구원이 되려거든 공대로 오라. 하지만 남들이 안가진 대단한 기술로 큰 돈을 만지려면 차라리 복권을 사라.
의사는 사람의 몸을 다루기에 남보다 의료 서비스에 가까이 있다. 언론계, 정치계, 법조계,,, 등등 모두 마찬가지로 자신이 다루는 것에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 공대 출신인 당신이 대단한 기술을 가진, 극소수에 속한다면 당신은 꽤 괜찮은 연봉자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신이 다루는 것이 돈이 아니다. 아마도 큰돈은 상경대 출신인 당신 사장 또는 당신 회사에 투자한 사람이 벌 것이다. 돈을 만지는 것을 배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역시 "자신이 다루는 것"에 상대적 우위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떡을 옮기는 이의 손에 떡 고물이 묻었다고 탓하지 말라. 그렇다고 그사람 손을 핥을 것인가 ? 돈을 다루는 것을 배운자는 기술을 다루는 것을 배운 자보다 덜 힘들여서 돈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며, 돈을 다루는 것을 배운자는 나쁜 것이 아니니 이것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
스므살의 젊은이 들이여 아직도 고민하는가 ?
하고픈 것, 잘 할 수 있는것을 하여라.
마흔이 되어도 쉰이 되어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하고픈것이 뭔지 모르고 뭘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한 제멋에 살 자신도 없다면 주위의 어르신들 말씀에 귀 귀울여라. 나 다음으로 나를 잘 아는 분들의 말씀이니라.
퍼온 곳 : 하이텔 디지털 동호회
나는 그 흔하디 흔한(?) 공대생이다.
내가 공대를 선택한 이유는 나의 초등학교때부터의 꿈이기도 해서이다.
나는 이 길을 선택한것에 대해 결코 단한번의 후회도 해본적이 없다. 사실..그래서 조금 걱정되기도 하다. 미래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있지도 않다.
처음부터 넉넉할것이란 생각은 아예 꿈도 꿔본적이 없다. 그래도, 이길을 택한것은 그냥,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였던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생각해보면, 참 바보같다.
뭐가?
과학자들 말이다. 이름하여 과학자들...
마징가 Z를 봐도, 태권 V를 봐도...
과거에 나왔던 만화들을 보면, 제일 먼저 죽는게 과학자다.
어쩜 저렇게 어눌하고, 어리석을까....
사실..만화만 그런게 아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과학이 들어가는 영화(?)들)에서 보면, 과학자는 정말 잘도 죽는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서도...
이공계에 오면, 사실 그때부터즐기기란 사실 벅차다. 정말 재대로 뭔가를 하고 싶다면, 죽어라 배워야하기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나이들어서도 신기술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 습득한다고 머리를 쥐어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나는 과학을 너무 좋아하기때문에,
너무도 싫어하게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나는 오직 한길만을 생각하는데,
만약...
만약에 그 길이 돌아갈 수도 없는 막다른 길이라면..
그 길에 내가 홀로 들어서 있다면...???
그래서, 아주 가끔 나의 곧은 생각에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허나. 나는. 공돌이다.
공돌이며 땜쟁이다.
아니, 그러고 싶다. 땜쟁이이고 싶다.
꿈을 그리고, 꿈을 만들어가는 땜쟁이..
그리고, 여백을 느끼는 땜쟁이이고 싶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즐길줄도 아는...
팔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놓지도 않을 글들을 쓰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땜쟁이가 되고싶다.
그게..
그것이.
나의 미래이고 싶고, 나의 목표이다.
by 비를 사랑하는 소금인형
비 와 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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